때는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했던 5월과 6월 사이의 어느 날... Debian 개발자들의 연례 행사인 DebConf24가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땀을 닦지도 않은 채 등록을 시작했다. 국제 컨퍼런스가 한국에서 열린다고 하니 통 크게 놀아보고 싶어 발표까지 하기로 마음먹었다. 청중을 위한 발표이니 영어를 사용해야했지만 무섭지 않았다. 이번이 아니면 큰 무대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많을까 싶은 마음뿐이었다.
선 등록, 후 고민
어릴때는 그렇게나 겁이 많았다. 툭하면 "엄마!" 하며 울었다고 하는데 난 기억이 전혀 없다. 그렇게 중/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에서 이것저것 일을 벌렸고 혼자 프로젝트 진행, 연구 대회도 개인으로 참여하여 개발/발표까지 하며 경험을 쌓았다.
졸업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하고 싶은게 생기면 별로 고민하지 않고 일단 시작한 뒤에 해결 방법을 고민한다.
못하면 쪽팔리는 것 밖에 더하겠어? 죽는 것도 아니여 ~
그렇게 테스트도 하지 않았던, 머릿속에 오로지 "잘 될거야!" 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연구중이던 AppArmor Namespaces + Linux Container 주제로 발표 신청을 했다.
시간은 흘러 8월초가 되어 부경대로 향했다. 지난 몇 년간 '준비, 발표, 후회' 사이클을 겪고 나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면서 긴장하지 않았다.
발표요? 놀고나서 생각합시다!
DebConf처럼 길게(2주정도) 진행되는 컨퍼런스의 경우 중간중간 영화 상영, 음악/와인 파티, Day trip의 세션이 존재하기도 한다. 경주, 울산, 부산 코스가 있었는데 나는 경주를 선택했다.
이날 날씨가 상당히 더웠음에도 불구하고 각자 자신에게 맞는 한복을 열심히 골라본다.
모자도 중요하죠! 신중하게 고르는 그들. 왕이니까 신분에 맞는 모자도 써야지!
두근두근 발표날
초기 계획은 데모없이 자료만 사용하여 발표하려고 했다. 하지만 데모가 없으면 아마추어 같아서 급하게 발표 전날에 준비했다. WSL에서 QEMU 기반으로 테스트 환경을 만들어 데모를 준비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테스트가 잘 되지 않아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AppArmor 매뉴얼과 코드 분석을 통해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발표 주제는 Linux Containers with AppArmor Policy Namespaces로 LXC 컨테이너가 동작중인 리눅스 환경에서 Host와 Container가 서로 다른 AppArmor 보안 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내용이다.
AppArmor, SELinux 같은 LSM 기반의 보안 모듈들은 커널에서 동작하며 이는 Host, Container 구분없이 모든 system-call에 대해 동일한 정책을 사용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AppArmor는 Policy Namespace 기능을 지원하므로 커널은 Host와 Container의 system-call을 구분할 수 있게 되고 서로 독립적인 정책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션 참여
- loong64 port BoF
- Debian 배포판에 loong64 arch를 포팅하는 내용이며 메인테이너가 진행했다. 아키텍처 메인테이너가 어떻게 작업하는지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 What's new in eBPF and how you could use it today
- eBPF에 대한 세션이었으며 해당 기술이 무엇인지, 어떤 도구가 존재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간단하게 알아보았다.
- Past, Present and Future of Networking in Debian
- Netplan 메인테이너가 진행했고 프로젝트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토론하였다.
Kernel Engineer BoF
컨퍼런스가 얼마 남지 않은 날에 이렇게 끝내기에는 아쉽다는 느낌이 많아서 한국 커널 개발자분들에게 "Kernel BoF라도 하는게 어떨까요"라고 넌지시 물었고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하셨다. 그래서 급하게 Contents 팀에 연락하여 Kernel Engineer BoF 세션을 등록해달라 부탁하였고 컨퍼런스 막바지였던 금요일에 진행했다.
해당 세션은 각자가 진행중인 커널 프로젝트 또는 패치에 대해 짧게 얘기하고 토론하는 시간으로 편성했다. 나는 당시에 작업했던 sparsemap_buf 최적화를 바탕으로 리뷰하였다. BoF 운영이 처음이다 보니 타이트한 시간 편성 및 작은 실수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
후기
중간에 참여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참여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맞지 않고 Video 녹화도 되지 않던 세션이 여렀있었다. 그래도 국내 컨퍼런스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여서 새롭고 재밌었다.
- 편안한 환경에서 서로 장난치며 얘기하고, 대학교 프로젝트의 분위기가 강하다.
- 메인테이너, 컨트리뷰터라고 상대를 내려다 보거나 반대로 우러러 보지 않는다. 모두 같은 컨트리뷰터로 대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낸다.
- BoF 세션을 처음 참여했는데 같은 방식의 micro-conference가 한국에도 많이 있으면 좋겠다.
후원
NIPA와 Open-UP의 지원을 받아 DebConf24에 참여하였습니다. 이 자릴 빌어 지원해준 기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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